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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병원/서울양병원 소식

러시아 국제 대장항문학회에 다녀와서

러시아 국제 대장항문학회에 다녀와서 -의료원장 양형규


 

2년 전의 인연으로 시작된 러시아 학회로부터의 초청

지난 4월 모스크바로부터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2년 전 서울에서 만난 것을 기억하십니까?’라고

 시작하는 짜르코프(Petr Tsarkov) 교수로부터의 연락이었다.

2년 전 서울에서 열린 국제학회에서 나는 짜르코프 교수에게 내가 쓴 치핵영문판 책을 주었다. 그는 치질에 관한 나의 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하며, 이번 6 2~3일에 모스크바 무역센터에서 개최되는 러시아 국제학회 프로그램에 나의 강의를 포함시키고자 초청 메일을 보내온 것이었다.

 



짜르코프 교수는 모스크바대 교수이면서 러시아 대장항문학회 회장으로, 11년 전부터 국제 컨퍼런스를 1년에 한 번씩 개최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도 여러 번 왔었고 신촌 세브란스병원도 방문한 적이 있다. 이 국제학회를 통해 러시아의 대장항문학의 수준을 많이 발전시켰다.

러시아 대장항문학회는 평균적으로 1000명이 넘는 참가자와 세계적인 대장항문 학자 30여명이 강연하여 동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학회이다. 이번 학회에서는 초빙연자가 27명이고 러시아 연자가 약 30명 정도 되었다.

방을 세 개로 나누어서 약 500명이 들어가는 제일 큰 방에서 암을 주로 발표하였고, 300석 정도 중간 방에서는 양성 항문질환 발표를 계속 진행하였다. 이곳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의학 수준을 유럽 선진국과 같은 수준으로 아주 높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한국과 일본의 의학수준은 어느 면에서는 세계 제일이기도 한데 다만 영어를 많이 안쓰다보니 해외에서 발표나 논문을 영어로 쓰지 못해서 실력보다 저평가 받는 것으로 생각된다.

 


여러 개의 강의, 수술 시연 강행군 속 행복감 느껴

이번 학회 프로그램에서 나는 강의를 4[‘거상 점막하 치질수술강의, 비디오 세션, 혈전성 외치핵, 괄약근 보존 치루수술)] ‘거상 점막하 치질수술실시간 수술 시연을 1개 했는데 해외 강의에서 이번처럼 강의를 많이 해보기는 처음이었다. 이 학회에서는 초청연자들에게 강의를 보통 3개씩을 맡겼다.

 

6 1일은 master class라고 본 학회 전 학회였다.

가 보니 100명 정도 들어가는 작은 방 2개에서 하였는데 큰 학회라고 들었는데 약간 실망스럽기도 하였다

오전 12 15분에 발표하기로 한 거상 점막하 치질수술을 밀려서 1 15분에 하여 1 35분에 끝났다.

점심은 커피도 떨어져서 차 한 잔과 조그만 동그란 과자 7-8개로 때우려고 하니 너무 허전했지만 오후에 배는 편안하였다.

 

내일 모스크바 대학병원에서 치핵 수술 시연을 위해서 오후 4시에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갔다. 그 곳에서 환자 3명을 진찰해보고 나한테 환자를 고르라고 하여 약 65세 되는 남자 환자를 고르고 다시 학회장으로 왔다. 학회장에 오니 가볍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 약 반 접시를 먹었다.

그리고 볼쇼이 발레를 구경시켜준다고 하여 5시 반에 볼쇼이 극장으로 갔다

차가 밀려 약 1시간 정도 갔으며 7시 반에 시작하였다. 9시 정도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저녁식사는 끝나고 하게 될 줄 알았다. 볼쇼이 발레는 7시 반에 시작해서 9시 정도까지 1, 30분 쉬고 9시 반에 2부를 시작하여 11시 정도에 끝났다

9시 정도에 끝날 것이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볼쇼이 발레는 대개 남자 1, 여자 1명 무용수가 나오고 맨 나중 30분 정도만 16명 정도가 나와서 춤을 추었다

인간의 몸으로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는 데 감명을 받았다.

11 10분 정도 끝나고 학회에서 준비해준 버스로 호텔에 오니 거의 밤 12시가 다 되었다.

 


국제학회에서 처음으로 거상 점막하 치질수술시연(Live surgery)

6 2일은 가장 힘든 날이다. 9시부터 10시까지 모소동과 난제라는 세션 좌장을 맡고 오전 11시경 혈전성 치핵에 관해 강의를 하였고

 오후 1 30분경 치루의 괄약근 보존술식강의가 있었다.

오후 4시에 거상 점막하 치질수술시연을 위해 모스크바 대학병원으로 가서 4번째로 시연을 하다 보니 7시 반경 시연을 하게 되었다.

어제 진찰을 했던 환자이었는데 막상 마취를 하고 보니 탈출성 치핵으로 아주 심한 환자였다

양인수 선생이 나의 수술 시연을 돕기 위해 동행했는데 양인수 선생과 상의하면서 할 수 있어서 너무 큰 도움이 되었다.

수술 시연은 처음 해본 것으로 청중들과 말을 해가면서 해야 해서 생각보다 힘들었다. 오전에 강의 2개와 좌장을 해서인지

 수술할 때 입이 마르고 체력이 떨어져서 약간 힘들었다.

 

마지막 날 6 2일은 일어나보니 몸은 피곤하였다. 그러나 아침 8시부터 시작하는 비디오 세션에 나의 치핵 강의가 있어서 학회장에 갔다.

강의 마치고 방에서 나오자 러시아 젊은 의사 3명이 어제 시연수술과 치루 강의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사진을 같이 찍고 질문을 여러 개 하여 잘 설명해주었다.

11시에는 헝가리 여의사 이바 싸타르 선생의 항문의 피부질환 강의를 들었는데, 몇 년 전에도 한번 들은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많이 공부하고 많은 예의 사진을 준비하여 감명받았다.

오후 5시 반까지 강의를 계속 듣고 저녁에 연자들을 위한 레스토랑에 갔다. 러시아의 전통 음식인데 배가 터지도록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 학회 연자 중 인상 깊은 분은 스위스 제네바대학의 부르노 교수였는데, 그는 직장항문 생태가 주 전공으로 말하자면 

변실금, 직장류, 직장탈출증 등의 진료 및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교수이다.

그의 항문괄약근 복원술 시연을 수술실에서 직접 보았는데 신에 가까운 수술이었다. 25세 젊은 남자가 치루수술을 7시 방향에 받아서 

괄약근 손상이 심하게 되었는데 괄약근을 박리하여 항문괄약근 복원술을 깨끗하게 끝마쳤다.

또한 직장류가 심한 나이 많은 여성도 수술하였는데 놀라웠다. 18급에서 시작하는 바둑에서 1급만 되어도 참 잘하는 것이고 유단자가 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신의 경지인 9단도 있다.

브루노 교수의 직장항문 생태 수술은 가히 9단의 경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고 완벽하게 하는 모습을 보고 

감탄이 나왔으며 같은 의사로서 존경하게 되었다.

 

이번 학회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해외의 유명한 강연자를 만나고 나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나도 학술적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 매일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해서 자유자재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다는 바램이 생겼다

그동안 책을 집필하는 데에 주력하다보니 영어로 논문을 별로 발표하지 못했는데 앞으로 2~3년 내 영어로 논문을 써볼까 한다.